에센셜리스트가 누구인지 잘 정의되어 있고, 에센셜리스트와 비에센셜리스트의 차이를 잘 구분해놓았다. 에센셜리스트가 되려면 무엇이든 의미 부여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에센셜리스트는 소수의 중요한 일만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판단하여 더 적게 일하고, 만족스러우면서도 인정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다.
p.16 에센셜리스트가 된다는 것
독일의 가전기업인 브라운의 디자인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디자인 거장 디터 람스는 자신의 일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은 잡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본질적인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잡음을 걸러내고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그의 평소 신념이었다. 스물네 살의 젊은 개발자로서 새로운 레코드플레이어 개발에 투입된 그는 이미 이러한 신념을 자신의 업무에 적용시켰다. 그 당시 레코드플레잉어는 대개 나무로 된 덮개를 가지고 있거나, 커다란 가구에 수납되는 형태인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답답한 나무덮개나 잡다한 장식을 모두 걷어내고, 투명한 플라스틱 덮개를 씌운 현대적인 디자인을 제안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레코드플레이어를 처음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와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접한 다른 동료들은 디터 람스이 레코드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할 거라고 우려를 표했다. 언제나 그렇듯 비본질적인 것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용기가 표했다. 언제나 그렇듯 비본질적인 것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디터 람스의 레코드플레이어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경쟁 회사들도 투명한 플라스틱 덮개를 씌운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특징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Weniger, aber besser)'라는 세 단어의 독일어로 정리할 수 있는데,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에센셜리즘의 개념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나타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에센셜리즘이란 더 좋은 것들을 추려내어 그것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상황을 보아가며 적당히 이러한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는 소용이 없다. 확고한 신념으로 삼아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p.109 영어 'school'은 그리스어인 'schole'에서 파생된 단어로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지금의 학교 시스템에서는 '자유로운 시간'은 없다. 그와 더불어 배움의 즐거움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평생을 창의성 교육에 투신한 교육학자 켄 로빈슨 경은 오늘날의 많은 학교가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일꺠워주는 대신에 오히려 창의성을 죽이는 교욱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우리의 교육에 패스트푸드 방식을 집어넣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의 영혼과 활력이 메말라가고 있지요. 패스트푸드가 우리 육체의 활력을 고갈시키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상력은 우리 인류가 이루어낸 모든 성취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과 우리 자신에 대한 교육을 지금과 같이 방치한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총체적으로 위토롭게 되고 말 것입니다." 나도 로빈슨 경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놀이는 하찮은 것이라는 관념은 어른이 되어 직장에 취업을 하면 더욱 굳어진다. 놀이를 권장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 오히려 놀이를 억누르는 직장이 대부분이다. 가끔 일부 기업경영자들이 직원들이 잘 놀아야 창의성이 꺠어난다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찌만, 정말로 그와 같은 발언에 걸맞는 기업문화까지 갖춘 기업은 거의 보지 못했다.
p.174 나는 피터 드러커를 현대 경영학 사상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요령 있게 거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던 인물이다. [몰입]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창의성에 대한 책을 집필하면서 자료수집을 위해 드러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정중한 거절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지난 2월 14일에 서면으로 보내주신 요청 건은 저로서는 큰 영광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저 역시 교수님과 교수님의 저술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칙센트미하이 교수님, 실망을 드려 염려되지만, 교수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제가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저는 다만 계속해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주제넘다거나 무례하다고 여기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생산성의 한 가지 비결은(저는 창의성이라는 말보다는 생산성이라는 말을 더 믿습니다.) 자신에게 밀려오는 수많은 요청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아주 거대한 휴지통을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생각해봤을 때,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일을 도와주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말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신께서 부여해주신 각자의 역량에 꼭 들어맞는 일을 하는 데 온전히 사용하면서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p.267 습관을 만들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펠프스는 이미 올림픽 이전부터 늘 같은 방식으로 시합에 임했다고 한다. 우선 그는 시합 시작 두 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언제나 정해진 방식으로 워밍업을 한다. 혼영으로 800미터, 자유영으로 50미터, 킥보드를 이용하여 600미터, 풀부이를 이용하여 400미터, 이런 식으로 워밍업을 마치면 수영장에서 나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마사지를 받는다. 마사지를 받을 떄는 절대로 엎드리지 않고 앉아서 받는다. 이때 팰프스와 그의 코치 밥 보우먼은 시합이 끝날 때까지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펠프스는 시합 시작 45분 전이 되면 수영복을 입고, 30분 전이 되면 워밍업 풀에 들어가 600미터에서 800미터의 수영을 하며 다시 한 번 몸을 푼다. 이제 시합 시작 10분 전이되면 대기실로 들어간다. 대기실에서는 언제나 다른 선수들과 떨어져 앉는데, 앉은 자리의 한쪽에는 고글을 놓고 다른 한쪽에는 수건을 놓고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시합 시간이 되면 출발대 앞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도 그가 따르는 일련의 정해진 방식이 있다. 우선은 스트레칭을 한다. 다리를 쭉 폈다가 굽히는 동작을 하는데, 언제나 왼다리를 먼저 한다. 스트레칭을 마친 후에는 오른쪽 귀에서 이어폰을 뺴내고, 이름이 호명되면 왼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낸다. 출발대에 오를 때는 항상 출발대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 이것도 빼먹지 않는다. - 왼편으로 오른다. 그리고 출발대에 올라서는 팔을 앞뒤로 흔들며 등 뒤에서 손뼉을 치는 동작을 한다. 이에 대해 펠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냥 정해진 방식입니다. 제 방식이죠. 평생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걸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펠프스는 그의 코치인 보우먼과 함께 이 같은 일련의 방식을 정했다. 펠프스가 따른 정해진 방식을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항상 잠자기 직전과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이에 대해 펠프스는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디오테이프를 재생시키는 것은 아니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레이스를 그려보는 것이다. 출발대에서의 준비동작, 매번의 스트로크,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 물이 흐르는 얼굴로 환호성을 지르는 승리의 순간 등 전체적인 레이스를 머릿속에서 느린 동작으로 재생시켜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뺴먹는 경우는 없다. 그는 오래전부터 매일 완벽한 레이스를 그려본 후에 잠을 잤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완벽한 레이스를 그려본 후에 하루를 시작했다. 훈련을 하면서 펠프스가 조금 지친다 싶으면 코치인 보우먼은 "비디오테이프를 꽃아!"라고 외치는데, 그럼 펠프스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힘을 낼 수가 있었다. 펠프스가 생각하는 완벽한 레이스는 그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어서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보우먼이 "비디오테이프를 준비하자."라고 말을 하면 펠프스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저절로 떠올리며 시합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진다고 했다.
p.273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창의성과 혁신을 죽이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똑같은 일을 지겹도록 반복하면서 무슨 창의성과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심지어 반복이라고 하면 무조건 할기가 없거나 지루한 것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잘못된 반복은 지루함만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도 제대로만 하면 역량을 강화하고 두뇌의 작용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면서 오히려 혁신과 창의성의 근간이 된다. 제대로 된 방식을 만들고 그를 일상적으로 반복한다면 제한적인 두뇌의 작용을 비슷비슷한 의사결정과 우선순위의 판단에 매일같이 낭비하는 게 아니라 정마로 중요한 활동에 집중할 수가 있다. 창의성에 관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연구를 보면,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정해진 방식을 엄격하게 따름으로써 더 많은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활용하게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는 자기만의 최적의 시간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그 시간표를 철저하게 따른다. 시간표를 어기고자 하는 유혹이 들어도 좀처럼 어기는 일이 없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편안한 옷을 입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하고만 만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들만을 한다. 물론 그들의 별난 성향이 그들과 함께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별난 행동양식은 주변의 요구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그 결과 그들은 정말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가 있다."
p.320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라는 원칙으로 이끌어나가는 조직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전보다 더 큰 역량을 발휘하게 되고, 결국은 진정으로 큰 성취를 이루어내게 된다.
p.321 '어떻게 하면 더 적은 것을 추구하면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에센셜리스트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에센셜리스트로서의 리더가 갖는 가치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