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아마 여러분은 원자를 당연하게 여길 거에요. 여러분의 몸과 지금 앉아 있는 의자, 물병 속 액체, 숨쉬는 공기 등의 질량이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테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사람들은 다 그러니까요. 세상의 밑바탕을 만드는 아주 작은 구성 요소가 만들어 내는 신기한 일을 무심코 보아 넘기죠. 그 요소는 놀라울 정도로 작아요. 그리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넘기기 쉽죠. 그러니 이건 순전히 너무 작은 원자 탓이에요.
하지만 잠깐만이라도 주변의 모든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피부와 소파와 강아지를 떠올려 봐요. 전부 작고 아주 작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요.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집먼지 진드기, 세균, 바이러느)과 너무 커서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것들(멀리 떨어진 별, 먼지투성이 성운, 소용돌이치는 은하) 역시 마찬가지예요. 따지고 보면 모두 원자랍니다. 우리 역시 그래요. 여러분은 이 장에서 원자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될 거에요. 자, 시작해 보죠.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원자에 관한 특종
잠깐 앞 이야기로 돌아가 볼께요. 음, 어쩌면 '잠깐'보다는 좀 더 걸릴지도 모르겠군요. 원자는 우리 주변의 물질을 구성하는 구성단위예요. 그 중심에는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핵이 있어요. 핵을 구성하는 조각은 양성자와 중성자인데,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이지요. 원자핵 주위에는 원자핵을 빙빙 도는 전자구름이 있어요. 그 안의 전자는 딱 1개일 수도, 수십 개일 수도 있답니다.
원자를 구성하는 핵과 전자의 크기를 실제와 같은 비율로 그린다는건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핵이 이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 크기라면 전자는 핵에서 9.75미터까지 떨어진 구름 속을 돌고 돌고 있거든요. 따라서 이 원자 주위의 전자가 운동하는 공간의 전체 폭은 19.5미터가 되죠. 나에겐 이렇게 큰 종이가 없답니다.
이 부산스러운 전자는 각 원자의 경계를 만들어요. 사실 원자의 움직임과 다른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건 전자랍니다. 전자의 행동 방식과 특성대로 원자가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노트북의 자판을 가볍게 두드릴 때 손가락의 피부는 네모난 플라스틱과 접촉해요. 이때 피부 세포의 원자들과 플라스틱의 원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지점에 도달하며 짓눌리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나는 자판을 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원자들이 어색하게 만나는 거예요. 사실 손가락의 원자와 노트북의 원자는 서로 전혀 닿지 않아요. 그보다는 각 원자 속을 빙빙 도는 전자들이 각각의 음전하 때문에 서로 밀어내는 지점까지만 가까워지는 거지요. 이를테면 서로 다른 자석 2개를 맞닿게 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처럼요.
원자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것과도 절대 접촉하지 않는 거예요. 그저 전자들이 온종일 서로를 밀어내고 있을 뿐이지요. 심지어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 또는 서 있는 땅(어떤 자세로 이 책을 일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사이도 약간 비어 있어요. 쉽게 말해 우리는 떠다니는 셈이죠. 굉장하지 않나요?
더욱 놀라운 것은 자판과 손가락(과 그 밖에 모든 것)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대부분 거의 텅 비어 있다는 거예요.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은 놀랍게도 실재하는 것이 없지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우리가 감지하는 모든 것은 확실히 채워진 것처럼 보이니까요. 손과 벽, 털 슬리퍼, 모두 아주 단단한 물질이라고 확신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이들도 공간이 많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비어있다고 확신하는 공기에 빗대어 '공기 같은' 원자라고 부를 수도 없답니다. 왜냐하면 공기 속에도 역시 또 다른 원자들이 있거든요.
우리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매초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원자에 감탄하고 분자(원자들이 특정하게 모여 있는 집단)를 경이로워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매일 원자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이 작은 꾸러미 속은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원자가 너무 작은 탓에 잊기 십상이지만, 우리가 주변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원래 원자의 움직임 때문이에요. 원자 없는 여러분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원자를 어디에서 얻지? 먹어야 하는 이유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된다" 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매일 먹은 음식이 세포를 만들고 그게 곧 나라는 말이죠.(그러니까 나를 구성하는 게 음식이 아니라면 뭐겠어요?) 그런데 좀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재미있답니다. 피부에서 뼈, 두개골 안의 물렁물렁한 뇌까지 우리의 몸을 찬찬히 떠올려 보세요. 그것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모든 원자는 어디에서 얻었을까요?
여러분은 엄마 덕분에 이미 원자로 구성된 몸으로 태어났지만 그 이후로는 매일 먹고 마시는 것에서 원자를 얻고 있어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이 사실을 잊기 쉽지요. 점심을 먹으로 갈 때 내 몸에 원자가 필요하다는 생각보다는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앞설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원자는 무시하기 쉬우니까요. 여러분은 몸속을 통과하는 음식물을 느낄 수 있고(특히 변기와 시간을 보낼 때), 간식의 효과를 바로 느낄 수도 있어요. 카페인을 마시거나 단 걸 먹으면 힘이 솟지 않았나요? 또 맛있는 밥으로 식욕을 채운 적도 있겠지요. 그런데 먹고 마신 이 음식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데 쓰일까요?(빈 배속과 창자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일 말고요.)
사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음식 속, 원자와 원자 간 결합에 저장된 에너지예요. 뼈를 만들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고 뇌에서 신경세포 사이에 전기자극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트륨이 필요하지요. 적혈구의 산소 운반을 돕기 위해서는 철이 필요하고요. 또 여러 세포가 다양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려면 원자들이 특정한 순서로 늘어선 당이 필요하답니다.
딸이 갓 태어나 먹을 수 있는 게 모유뿐이었을 때 아이의 몸속에 있는 모든 원자가(태어난 후 들이마시는 산소 원자를 제외하고) 나에게서 왔다는 사실에 감탄하곤 했어요. 딸의 몸은 내가 임신했을 떄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졌고, 뼈에서 빼낸 갈슘처럼 내가 저장해 놓은 것에서 얻어낸 원자도 있었죠. 딸은 세상 밖에 나와서도 하루에 몇 번씩 모유를 먹으며 여전히 나에게서 원자를 가져가 몸을 만들었지요. 이제는 많이 컸고 체면이 있어서 애플 소스와 치리오스 시리얼, 스트링치즈 등 다른 곳에서 원자를 구하지만 한동안은 엄마뿐이었어요. 나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갖춘 '아텀저러스(지은이 자신이 모든 원자를 갖춘 원자 상점이라는 의미로 장난감 가계인 토이저러스에 재밌게 빗댄 것)' 였어요.
여러분이 원자를 어디에서 얻든, 그건 빌려온 것일 뿐이에요. 원자는 절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지금 내 몸속에 있는 원자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존재했고, 내가 죽으면 다른 데로 옮겨 갈 거에요. 이 원자들은 (내가 먹은)식물이나 동물을 이루고 있었고 그 이전에는 공기와 토양 속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이 행성의 초창기 생물에 있었지요. 피부 세포에 있는 탄소 원자는 한때 공룡의 일부였을 수도 있어요. 간에 있는 산소 원자는 한때 삼엽충에 있었을 수도 있고요.
지구에 첫 세포가 등장해 행성을 빛내 주기 전까지 원자는 어린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였고 그보다 일찍이는 초기 태양계를 빙빙 도는 우주먼지였어요. 원자는 수십억 년 전에 거성 안에서 생겨났고 별들이 폭발하면서 우주로 뿌려졌지요. 그리고 요즘 나는 그 원자들을 그저 소셜 미디어를 읽는 데 쓰고 있죠.
내가 몸속 원자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바라건대 60년쯤 후에) 아마도 원자들은 나와 함께했던 시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계속해서 다른 곳을 여행할 거예요. 내 몸을 이루던 탄소는 세균에게 먹혀 더 많은 세균을 만드는 데 쓰일 거고, 그 후엔 벌레에게 먹히고, 계속해서 도마뱀과 매에게 먹힐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러한 생물들 역시 한정된 시간 동안 그저 탄소 원자를 빌릴 뿐이지요, 원자들은 궁극적으로 우주에 속해 있으니까요.
원자에 대해서 자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 책은 중학생 뿐만이 아니라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