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관련 연구를 하고 있어서 치매가 어떤 병인지 알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나름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기록한다.
p.35 또한 자아 상실은 치매 환자의 건강 악화와 관계가 있으므로 자신의 기억과 인생 이야기를 계속 간직할 방법을 찾으면 치매를 이해하고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후각 상실을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지표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다만 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환자들 중에서 후각을 상실한 사람의 발병 위험이 다섯 배 높았다.
p.53 아기는 돌봐주는 사람이 어루만져주고 안심시켜주길 갈망한다. 엄마는 아기의 피부와 닿았을 때의 느낌을 간절히 바란다. 딸들에게 우유를 먹이던 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내 손을 잡으려고 뻗던 아기들이 손, 그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살며시 감쌌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갓 태어난 아기와 엄마 사이에서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인 접촉이 아주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치매에 걸리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해져서 직관적인 접촉, 즉 동물적 본능으로 회귀하는지도 모른다.
p.55 치매 환자는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접촉을 몹시 그리워하게 된다. 2011년에 호주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장기적으로 치매 환자에게 매일 10분 발 마사지를 하면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브리즈번의 한 요양원 입소자들에게 공격성, 배회, 반복된 질문을 포함한 '초초 행동'이 있었다고 한다(나는 '초조 행동'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 그 행동'문제'가 치매 환자 본인보다는 간병인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내 우려 일 뿐이다.) 연구자들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10분 발 마사지로 이런 '초조 행동'이 크게 줄었고, 그 효곽가 마사지를 중단하고 2주 동안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방법은 마사지가 '언어 능력이 감퇴했을 때도 의미 있는 의사소통 감각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초조 행동'은 대개 약물로 치료하는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아주 심할 경우에는 체를 구속하기도 하는 반면 마사지에는 장점만 있다. 마사지를 하는 사람이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하면서 피부에 가해지는 감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결과는 혼자 생활하는 치매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간병인에게 유용하다. 첫딸인 세라는 간호사인데 병원에서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손 마사지를 해준다. 이것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다. 간병인이 돌보는 환자와 단절감을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닌데, 이는 둘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줄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손 마사지는 이를 보여주는 한 방법이다. 말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그것은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고 상대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천 마디의 말만큼이나 효과가 크다.
p.186 나는 몇몇 친구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진단을 받은 후 나에게 기분이 어떤지, 내 생각은 어떤지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내가 한 사람이자 어머니, 할머니라는 것까지 다 박탈당한 것 같아요. 동료들을 만나고서야 비로서 다시 말을 할 수 잇게 되었어요.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그래서 다시 말을 할 수 잇게 된 걸까요? 다른 환자들이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사람처럼 취급받는 것을 볼 때면, 진단을 받은 후 내가 어떤 느낌이었는지가 기억나서 그들을 대변하려고 합니다." "내 주치의는 나에게 어떤 기분이냐고 한 번도 물어본 적 없고 내가 이야기하게 허락하지도 않았어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느냐고 물으면 마치 내가 자세히 이야기하는 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대응애효. 뭘 물어도 '아, 이건 단지 치매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거든요, 하지만 나를 담당한 신경과 의사는 '음, 치매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라고 하죠, 깊이 있게 또는 자세하게 논의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족 중에는 내가 치매에 걸린 걸 언급조차 안 하는 이도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연구자들은 환자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들의 관심사는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그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냐는 거죠.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어쩌면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중후기 치매 환자들은 뇌사 상태로 오해받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최기 경험을 통해 환자가 표현하지는 못해도 실제로 그들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저 생각을 표현하는 기능을 상실한 것뿐인데 왜 그것이 멈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위 책에서 보면 치매 환자들은 감각 기관의 상실이나 이상증세를 느낀다고 한다. 치매 환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접촉이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 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