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혼자 장을 보고 준비한 육개장^^

cook2piano 2022. 7. 22. 09:25

회사에서 일을 보고 미팅을 하고 아이들 하교를 먼저 시켰다. 아내가 회사 일을 조퇴하고 미팅을 갔다. 아내에게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 그 동료중에 나의 친구로 소개시켜준 사람도 있다. 참 좋은 사람이다. 어쩌면 그렇게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 어려움을 다 이기고 다른 일을 해낸다. 인내심이 만만치 않다. 존경심의 마음까지 든다. 

 

우리 회사는 퇴근 시간이 다른 회사 보다 이르다. 나는 일찍 출근 해서 일찍 퇴근한다. 일찍 퇴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작은 아들 영재교육원 교육이 있는 날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온다. 이 시간은 오로시 나에게 쏟아부울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더위와 모기와의 경쟁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이 시간은 다음 기회에 글을 써볼까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 학원을 간다.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나를 잊어버린다. 내가 꼭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처럼 피아노에 딱 붙어서 열심히 연주를 한다. 처음에는 나도 계이름을 배웠고, 바이엘, 체르니를 배웠다. 그 다음에 코드와 멜로디로 반주를 배우고 있다. 작은 시간이지만 나에게 쏠쏠한 기쁨을 주는 시간이다. 

 

이제 퇴근이다. 얼마전에 생긴 Mart에 들려 육개장을 끓일 쇠고기, 대파, 버섯, 복숭아를 구매했다.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지 않아 손에 가득 담아 차에 옮겼다. 그래도 차를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차를 주차하고 내 가방을 어깨에 매고 저녁거리를 들고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잠시 휴식과 간식을 먹고 피아노 학원 갈 준비를 했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지금 배우는 노래는 박종호 '당신만은 못해요' 시작한지 얼마 안됬지만 그래도 나름 꽤 진도를 나간다. 재미있다. 피아노를 통해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이 한곡씩 늘어간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할 시간이다. 4총사가 피아노 학원을 갔다온 사이 사랑하는 아내가 집에 도착했다. 아내의 얼굴이 화사해졌다. 즐겁다는 소리다. 다행히 은혜의 시간이었나보다. 감사하다. 나는 아내가 늘 부럽다. 그런 좋은 동료를 옆에 둔 사람. 자기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아내와 함께 저녁 요리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옆에서 분주하다. 버섯을 먼저 손질한다. 버섯을 작게 찟고 손질한다. 난 옆에서 양파를 다듬고 마늘을 다듬고 대파를 다듬는다. 요리를 하기 전까지 요리는 매우 쉽고 간단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왠 걸. 요리는 너무 어렵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많은 시간 대비 결과는 너무 짧다. 먹는 시간 말이다. 

 

나는 공대 마인드를 많이 가지고 있나보다. 인풋 대비 아웃푼이 작으면 매력을 못느끼는 정신. 요리도 그런 면에서 엄청난 인풋이 들어간다. 재료 구매, 손질, 요리 시작까지 몇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준비한 것을 먹는 사람으로 부터 평가 당한다. 준비하고 평가당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 용기를 내고 있다.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준비하는 내가 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요리는 신기하고 오묘할 때가 있다. 맛의 분포 맛의 성질 맛의 색깔 이젠 맛을 혀로 보지 않고 눈으로 본다. 어떤 장을 써야 할지 어떤 재료를 써야할지 요리에는 색이 참 중요했다. 다양한 색을 가진 재료를 쓰면 보기에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요리를 먹어도 될까 생각해본다. 어찌됬건 그렇게 준비한 나의 육개장은 오늘도 익어간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버섯이 많이 들어갔다. 처음에 사먹기만 했던 육개장을 내가 원하는 재료를 넣고 준비한다. 그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과 아내가 있다. 기분이 참 좋다.

 

사먹는 육개장은 먹고 나서 설겆이를 하고 나면 기름이 너무 많아 '이것을 내가 먹고 괜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 구매해서 먹기가 싫어졌다. 날마다 요리 실력이 늘어가는 내가 보기에 나쁘지 않다. 감사한 일이다. 날이 덥지만 그래도 잼있다. 준비하고 끓이고 먹고 이 모든 일이 기쁨이 될줄이야. 오늘도 화이팅했다.